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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전쟁사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윌리스 지프'

우리가 흔히 ‘지프차’라고 부르는 4륜 구동차량은 고유명사가 일반명사화 된 사례입니다. 지금이야 다양한 모델의 오프로드용 자동차가 많아졌지만, 아직도 4륜구동차하면 ‘지프차’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승합차’라는 단어 보다 ‘봉고차’라는 말이 더 흔하게 쓰이듯 말입니다. 오늘은 4륜구동차의 대명사가 된 ‘지프’(JEEP)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JEEP의 탄생은 2차 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발발한 2차대전 초기, 독일군의 전광석화 같은 기동전은 ‘전격전’이란 단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독일군의 퀴벨바겐(Kubelwagen)


당황한 연합국은 독일군의 탁월한 기동력이 그들의 기계화된 장비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책 마련에 급급합니다. 아직 전쟁에 뛰어 들지는 않았지만, 미군 또한 임박한 전쟁에 대비하여 소형, 경량의 군용차를 개발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죠.

독일군의 퀴벨바겐(Kubelwagen)


1940년 5월, 미 육군은 ‘범용 자동차 계획’을 수립하고 미국 내 자동차 제조사에 49일 안에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자동차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합니다.


 “3명이 탑승할 수 있어야 하고 육군에서 사용하는 모든 용도를 충족시킬 것, 4륜구동 방식, 2단 변속기 장착, 최고 시속은 80km, 축간거리는 1,905mm 이내, 앞 유리를 접었을 때 상면 지상고는 914mm 이내, 30구경 기관총의 장착이 가능하면서도 무게가 1,200파운드(590Kg)를 넘지 않을 것” 


입찰에 참여한 회사 중에 3주간의 성능시험을 통과한 아메리칸 밴텀(American Bantam), 포드(Ford), 윌리스 오버랜드(Willys)의 세 개 회사에서 만든 모델들로 범위가 좁혀졌고, 최종적으로는 윌리스社가 제안한 ‘오버랜드 쿼드’ 모델이 선정되어 1941년부터 양산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전쟁이 확대되자 중소업체였던 윌리스가 감당하기 벅찰 만큼 군의 주문량이 폭주했고, 윌리스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포드에 설계도를 넘겨 오버랜드 쿼드와 똑같은 모델이 생산되게 됩니다. 

이 차량이 최초로 대량 투입된 것은 태평양 전선의 버마였습니다. 도로가 잘 정비된 유럽과 달리 우기가 많은 열대밀림, 험로, 산악지대 등 극한의 상황 속에서 지프의 역할을 더욱 돋보였습니다.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기민한 기동력으로 버마의 밀림과 늪지를 헤치고 다녀 가장 이상적인 군용차량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죠. 


윌리스 MB는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2차 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병기중의 하나로 손꼽히게 되는데, 45년 8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무려 64만대, 파생형 차량까지 포함하면 66만대라는 엄청난 대수가 생산됩니다. 윌리스 MB는 연락, 정찰, 수송, 엠뷸란스 등 가히 모든 분야에서 연합군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해냈고 이후 소형 다용도 군용 차량의 표준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런데 'JEEP'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붙여진 걸까요?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몇 가지 이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만화 ‘포파이’(Popeye)에 나오는  어디든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요술 강아지 이름을 본떴다는 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