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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밀리터리 스토리

해군이 함미를 향해서 경례하는 이유는?

기술군으로 분류되는 해군도 거친 자연과 직접 맞닥뜨리는 일이 잦다보니 일반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우선 항해 중에는 휘파람 부는 것이 금기시 된다는 점이죠. 아무리 큰 배라도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한낱 가랑잎에 불과한데, 특히 바람에 의해 일어나는 폭풍은 뱃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배위에서 휘파람을 부는 것은 해신(海神)에 대한 불경으로 여겨졌고, 휘파람 소리를 들은 바다의 신이 노하여 폭풍우를 일으킨다고 옛날 사람들은 믿어 왔기 때문이죠. 또 한 가지, 해군은 바다에 사는 돌고래나 물개, 바닷새 등을 잡는 것을 꺼려합니다. 이것은 과거에 이러한 동물을 잡은 함정이 충돌이나 난파를 당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반 정서상 한자의 죽을 사(死)자가 연상되는 숫자 4를 금기시하는 것은 비단 해군뿐 만의 일은 아닌데, (육군에서 부대이름에 4자가 들어가는 부대가 없는 것처럼) 우리 해군의 함정번호에도 4자가 들어가는 함정은 없습니다.  


그런데 해군 함정에서 이루어지는 관습 중에  가장 이색적인 장면은 함정을 방문하는 사람이 배에 오르거나, 배를 떠날 때 후갑판을 향해 경례로서 예를 표하는 것이었습니다. 군함의 후갑판을 신성시하는 관습은 모든 나라의 해군이 공통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인데, 이 관습의 기원도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뱃사람들은 바다로 나갈 때 해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고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뜻으로 제사를 지내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예식을 육지에서 거행했으나 항해 중엔 배위에서 제사를 올릴 수밖에 없었죠. 뱃사람들은 이 제단을 배의 후미 갑판에 차려 놓았습니다.


기독교가 모든 삶의 기준을 제시했던 서양 중세에 들어와서는 기독교국의 함정 후갑판은 성모상을 모시고 기도하는 장소로 변형되었죠.  중세 후기부터는 후갑판에 십자가나 국왕의 깃발을 걸어 놓고 종교예식을 치르곤 했습니다. 후갑판을 의미하는 영어 고어가 “교황(敎皇)의 갑판”을 뜻하는 “Poop Deck"였던 것도 이런 역사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오늘 날에 들어 와서도 항해중이 아닌 한 그 함정이 속한 나라의 국기는 항상 후갑판 함미에 게양됩니다. 또 중요한 함상의식이 거행되는 것도 후갑판이죠. 그래서 예식갑판(禮式甲板)이라고도 불리는 후갑판은 함정에서 가장 존엄한 곳으로 여겨져서, 이곳에서 모자를 벗거나 옷을 벗은 채로 출입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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